제목: 과학과 위험 - 세월호 사건은 단순한 교통사고였는가? 아니면 사회구조적 요인의 총체로 보아야 하는가? 위험에 대한 인식방식에 따른 논의.
2014년 4월 15일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0여 명을 포함하여 총 476명이 세월호에 탑승하였고, 그날 오전 9시 그 배는 인천항에서 출항하였다. 다음날인 4월 16일 오전 8시 50분경에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 바다에서 그 커다란 배는 침몰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침몰되는 과정과 구조 과정이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국민들은 탑승객 한 명이라도 더 구조되길 바라면서 지켜보았다. 하지만 슬프게도 배에는 타고 있던 총 476명 중에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되었다. 희생자 295명 중에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246명이 포함되어있어 국민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더욱 심화시켰다.
구조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국가에 대한 불신을 유발했으며, 선장이 학생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내리고 탈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의 매우 비열하고, 무책임한 살인에 가까운 행동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일었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그간 행해졌던 많은 비리가 수면 위로 올라왔으며, 정부의 거짓된 발표를 했다는 것도 밝혀지면서 정부의 무능력함이 폭로되었고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었다.
이처럼 어린나이의 246명의 학생을 포함하여 총 295명이라는 많은 수의 인명피해가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을 두고 많은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 사건을 교통사고로 볼 것인지, 아니면 사회구조적인 요인의 총체로 볼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그것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논의의 당위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 차이가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기에 그것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인가? 즉, 해당 논의를 무엇을 위해 어떤 이유로 해야만 하는 것인지 짚어보자.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그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여론과 그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논의해봄으로써 당위성을 확보해보자.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프레임이라는 개념을 빼놓을 수 없다. 프레임 이론 (Frame theory)에서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이란 사람들이 정치적 또는 사회적 의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정하는 직관적 틀을 뜻한다.”라고 하였다.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프레임(Frame)은 여러 가지인데,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기억 등을 바탕으로 프레임 짓거나, 다수가 제시하는 프레임을 수용하거나, 신뢰할 만한 사람 또는 단체가 제시한 프레임을 수용한다. 그렇게 프레임을 짓거나 수용하는 과정에서 프레이밍 효과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란 어떤 사건을 어떻게 프레이밍 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사건에 대해 개인의 선택과 판단이 달라지고 따라서 사건에 대한 여론 변화에도 영향을 주는 현상을 의미한다.
프레임과 프레이밍효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준웅 교수가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여론의 변화와 뉴스 프레임과 유권자의 해석적 프레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실시한 연구를 살펴보자. 그가 1998년 1월부터 2003년 3월까지 1081개의 신문사설 내용을 분석하여, 네 개의 두드러지는 프레임을 각각 ‘투명한 접촉’, ‘안보에 기반한 통일’, ‘외교 강화’, ‘화해적 정책 강화’라고 명명하였다. 언론이 ‘외교 강화’ 프레임을 강조할수록 국민들의 화해협력 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감소했지만, 언론이 ‘화해 강화’ 프레임을 많이 내보낼수록 국민들의 화해협력 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긍정적으로 변하였다고 한다. 이 결과를 보면 어떤 프레임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여론이 충분히 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프레임과 프레이밍 효과에 대한 설명으로, 세월호를 어떤 관점으로 즉 어떤 프레임으로 볼지에 대한 논의가 왜 필요한지 충분히 설명되었다고 생각하고, 이제 위에서 언급한 세월호 사건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을 가지고 비교해 보자.
단순한 “교통사고”라는 프레임으로 이 사건을 바라본다면, 그 사건의 책임소지는 비교적 간단해진다. 도로위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처럼 가장 큰 책임은 가해자 즉, 사고를 유발한 사람에게 가게 된다. 다시 말해 세월호의 선장과 청해진해운에게 가장 큰 책임이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책임에 따라 가해자들이 피해자들과 합의 또는 배상하거나 아니면 가해자들을 처벌함으로써 세월호 사건의 사후처리를 완료시킬 수 있다. 국가기관이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그 과정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의 완료와 동시에 그 사고 처리도 완료된다.
“사회구조적인 요인의 총체”( 뒤에서 부턴, 필자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회구조적 결함의 총체”라는 표현으로 대체한다.)라는 프레임으로 본다면, 세월호 사건은 더 복잡한 성격을 띠게 된다. 우선 사건 발생 시점에도 차이가 생긴다. 그 사건은 2014년 4월 16일에 배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것이 아니게 된다. 그 사건의 발생은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하기보다 훨씬 전인 사회구조적인 결함이 생긴 시점부터 시작된 것이며, 언젠가는 터지게 될 시한폭탄이 터진 것과 같은 셈이 된다. 그리고 책임을 묻는 데 있어서도 다른 점이 생긴다. 물론 청해진 해운과 세월호의 선장의 책임은 세월호 사건을 교통사고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볼 때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에게 더 큰 책임이 가게 된다. 왜냐하면 사회구조적인 결함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고, 그 역할을 국가가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사건을 처리하는 것에 있어서도 다른 점이 생긴다. 청해진해운과 세월호 선장에 대해 책임을 물어, 그 책임에 따라 합의나 배상 또는 처벌하는 것은 변하지 않지만, 추가적인 과정이 반드시 더 필요할 것이다. 바로 사회구조적 결함을 고치는 과정이 그것이다.
이토록, 둘 중 한 관점으로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면 그것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때와 책임 소지와 사건 처리과정에서 다른 점이 생기기 때문에,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마땅한지에 대한 논의는 중요한데, 이 논의에 대한 나의 생각은 우선 “사회구조적 결함의 총체”와 “교통사고”가 서로 배타적인 관계에 놓여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즉 “사회구조적 결함의 총체”가 원인이 되어 “교통사고”라는 결과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도로 위에서. 어떤 운전자가 과속을 하거나, 음주운전을 하여 교통사고가 났을 때 그 운전자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과속이나 음주운전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교통 시스템의 결함도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보다 세월호 사건과 유사하게, 어떤 화물 차량이 고등학생들이 타고 있던 관광버스와 교통사고가 나서 학생 사상자가 발생했고, 알고 보니 화물 차량이 과적재를 해서 사고가 난 것이 밝혀진 상황을 가정해보자. 역시 1차적인 책임은 과적재한 화물차량의 운전자에게 있지만, 과적재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것은 교통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경찰들이 그것들을 완전히 단속할 수 있겠어? 졸음운전을 따져보면 운전자가 졸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까지 교통시스템이 어떻게 단속해?”라고 반문해 올 수 있다. 하지만 그 어쩔 수 없음 또한 결함이라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사회구조적 결함의 총체” 와 “교통사고”가 인과관계를 가진다는 생각에서, 나는 “사회구조적 결함의 총체”라는 프레임으로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더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이유는 모든 문제 해결이 그렇듯이 사회구조적 결함의 총체라는 원인을 해결함으로써 교통사고라는 결과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사회구조적 결합의 총체” 프레임으로 바라본다고 해서 “교통사고” 프레임으로 바라봤을 때 진행될 일들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사건의 진상을 밝혀서 책임자들을 색출해내고 그들에게 책임을 물리며, 희생자들에게 배상하도록 하는 일들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교통사고” 프레임으로만 세월호 사건을 바라본다면 사회 시스템의 결함에 대한 논의는 부족해질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두 번째 이유의 연장선인데, “사회구조적 결함의 총체”의 프레임으로 사건을 해석하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교통사고로만 본다면, 책임에 따른 배상 및 처벌만 완료하면 끝이며, 그 사건을 교훈으로 하는 사회의 발전은 없다. 하지만 “사회구조적 결함의 총체”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그 결함을 고쳐나가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발전할 수 있다. 과적재 단속 강화, 선박 개조에 대한 법률과 안정성 조사 강화, 완화된 선령제한 보완 등을 통해 세월호로 드러난 시스템의 결함을 고쳐나가면서 해양 교통을 관리하는 사회 시스템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결함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사회 시스템은 존재할 수 없지만, 그것에 비슷하게라도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사회 시스템은, 사회는 발전할 것이다.
단적인 예로 사건의 성격이 다르지만 911 테러를 생각해보자, 그 테러 이후로 미국 정부는 대테러 시스템에 결함이 있음을 인지하고, 이후의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국토안보부를 출범시키는 등 대내적으로 대외적으로 엄청난 정책의 변화를 만들었고, 그러면서 미국의 대테러 시스템은 발전했다. 만약 희생자들을 보상하고, 테러 가해자들을 색출하여 책임을 묻는 데만 급급했다면 (세월호 사건을 교통사고로 바라봤을 때와 비슷한 모습), 그런 발전은 없었을 것이며, 이후의 테러를 예방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테러가 더 많이 발생했을 것이다.
전체 내용을 요약하자면, 프레임(Frame)의 개념과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세월호 사건을 어떤 관점, 어떤 프레임으로 바라볼지에 대해서 의논하는 것의 당위성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을 틀짓는“사회적 구조적 결함의 총체”와 “교통사고”라는 두 가지 대표적인 프레임 중 어떤 프레임이 더 마땅한지 의논해 보았다.
필자는 그 두 가지가 인과관계에 놓여있다고 생각하고, “사회 구조적 결함의 총체”의 프레임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주장의 근거는 세 가지가 있었는데, 그 세 가지는 결국 두 가지로 귀결된다. 첫 번째 근거는 원인을 해결함으로써 결과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사회 구조적 결함의 총체”의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이 사회 시스템의 발전에 더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에 어떤 사건이나 문제가 닥쳤을 때, 그것에 보다 근본적으로 다가가야만 그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나중에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사회 구조적 결함의 총체”로 바라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eference
1) 290여명 생사불명… 대형참사… 우려《연합뉴스》
2) 정부 공식 발표(2014년 4월 18일 오후 10시 50분 기준)
3) 〈세월호참사〉 사망자 3명중 2명꼴 4층서 발견, 《연합뉴스》, 2014.5.8
4) 죠지 레이코프 저. 나익주 역. 《프레임 전쟁》. 창비. 2007년.
5) Frame analysis; Goffman, Erving. Frame Analysis: An essay on the organization of experience
6) 갈등적 사안에 대한 여론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프레이밍 모형 검증 연구 - 정부의 통일 정책에 대한 뉴스 프레임의 형성과 해석적 프레임의 구성을 중심으로 Testing the Framing Model of Public Opinion Process : News Frames, Interpretive Frames, and Framing Effects on Opinion , 이준웅, 韓國言論學報 제49권 1호, 2005.2, 133-162
7) 이 준웅 (2000) 언론의 틀 짓기 기능과 여론의 변화, 언론과 사회, 제 29호 100~135.
8) 이 준웅 (2000) 통일을 위한 방송의 역할- 북한 관련 정보추구와 통일에 대한 해석적 프레임이 통일정책에 대한 여론에 미치는 영향, 방송연구, 겨울, 223~253
9) 9 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테러리즘, 윤태영, 경남대학교
10) 9·11 이후 더 강해진 美 정보기관들, 미래한국, 이상민, 2013.09.09
2016년 11월 9일. 1학년 2학기 "과학과 사회의 통합적 이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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