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괴로움은 분별에서 시작된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을 얻지 못하여 괴롭고 나쁜 것을 얻어 괴롭다.
나의 것과 남의 것을 분별하여, 소유하지 못 해 괴롭다.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분별하여, 옳지 못해 스스로 괴롭고 그르다 하며 남을 괴롭힌다.
불교의 오래된 경전 숫타니파타에 이런 가르침이 나와있다. "어떤 것을 느낄 때 '좋아하는 것'을 두지 말며,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싶다'고 '매달리지' 마라. 내 마음이 무엇을 하는지 감정의 흐름을 끊임없이 경계해서, 이윽고 어떠한 것을 보더라도 '좋다'거나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지 않는 것. 즉, 분별심이 없는 상태를 깨달은 상태라고 말한다.
분별심은 곧 차별로 이어진다. 나와 남을 나누고, 우리와 그들을 나눈다. 옳은 것과 틀린 것을 나누고, 우리는 옳고 그들은 틀리다 한다.
거기서 차별이 시작된다. 세상에서 모든 종류의 차별이 사라지려면, 분별심이 사라져야 한다. 그건 어렵다. 세상을 둘로 나누면 둘만 보면 되지만, 나누지 않으면 모두 다 봐야하기 때문이다. 어렵기 때문에 더 노력해야 한다.
분별심은 본능이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선, 나와 남을 분리해야 한다. 나의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 나의 편을 만들어야 한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나누어야 한다. 나를 공격하는 대상과 내가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을 나누어야 한다.
이것과 저것으로 나눌 수 있는 생명체가 그럴 수 없는 생명체보다 더 잘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게 분별심은 유전자에 각인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석가모니 이후로 부처가 없다보다. 인간이 다른 지능은 유지한 채 분별심이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은 뇌를 개조해버리는 것과 같다.
(엄청난 지성으로 뇌에 새로운 체계의 가상 머신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사고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본능을 없애고 진화의 굴레에서 벗어나 순수 이성으로 세상을 봐야한다. 유전자의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하는 것이다.
일반 사람이 유전자의 틀에서 벗어나는 사고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책의 등장인물 '릴리'는 유전자 해커다.
릴리는 유전자 해킹 (유전자 조작) 기술을 개발하여, 인류를 둘로 나누었다. 뛰어난 유전자를 가진 부류와,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한 부류.
이 '분별'은 차별로 이어지고 계급으로 연결되었다. 그 와중에 릴리는 임신을 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본인이 유전자 해킹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은 좋은 것과 가치있는 것이 정해져 있는 세상이다.
새로 태어나게 될 이 아이가 이대로 태어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이 세상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릴리는 그래서 자신의 아이를 위한 세상을 만든다. 분별심이 없는 세상.
유전자 해킹으로 분별심이라는 본능을 없앤 세상을 아이를 위해 만든다.
그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분별의 세계로 차별이 있는 세계로 성인식을 치르러 순례길을 나선다.
그런데 어떤 순례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곳에 남는 것을 선택한다.
분별을 선택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분별이 없으면 가까이 있고 싶은 사람과 멀리하고 싶은 사람의 구분이 없다. 분별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분별의 세계로 성인식을 치르러 간 아이들 중 몇몇은 거기서 사랑을 경험하고 그곳에 남는 것을 선택한다.
그들은 선택한 것이다. 고난을 감수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겠다고 선택한 것이다.
분별심은 차별을 낳지만, 사랑도 낳는다.
차별이 있다는 것은 어딘가에 사랑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차별할 수 있는 존재는 사랑을 할 수 있다. 되도록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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